바카라 오토 “내실 다져야” 지적도

[오피니언뉴스=양현우 기자]신선식품 새벽배송 기업 오아시스가 바카라 오토의 최종 인수예정자로 선정됐다. 인수대금은 116억원으로 오아시스가 추가 운영자금을 투입해 변제할 예정인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채권 등 65억원을 합치면 실질 인수대금은 181억원 수준이다.
11번가 이어 바카라 오토까지...오아시스, 왜 오픈마켓 탐내나
오아시스는 왜 바카라 오토을 인수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 거래액을 한 번에 키울 수 있어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3월 온라인쇼핑동향'을 보면 바카라 오토의 거래액은 2022년 기준 3조8000억원이다.
반면 오아시스의 2023년 매출이 4754억원이다. 오아시스가 직매입 구조로 매출과 거래액 규모가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아시스가 바카라 오토을 인수함으로 거래규모는 10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아시스가 바카라 오토과 위메프가 모두 매물로 나왔지만 바카라 오토만 골라 인수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바카라 오토의 거래액 규모는 2조4000억원이다. 오아시스가 앞서 11번가 인수에 나서려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다만 11번가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지분교환 방식의 인수를 원치 않아 거래는 무산됐다.
인수를 통한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강점인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바카라 오토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소비재 품목을 주력 상품으로 추가할 수 있다.
또 이번 바카라 오토로 기업가치가 올라 2023년 무산됐던 기업공개(IPO)에 다시금 나설 수 있다. 오아시스는 2023년 IPO를 추진했으나 수요 예측 결과가 기대를 밑돌아 상장을 계획을 철회했다.

제2의 큐텐? 무리한 상장 우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크게 3세대로 나눌 수 있다. 시초는 1996년 설립된 인터파크다. 이후 2000년대 옥션, G마켓에 이어 11번가까지 오픈마켓 형태가 주를 이뤘다. 이 시기가 1세대 이커머스다. 3세대는 201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한 특정 업종에 집중한 전자 상거래 업체로 식료품을 파는 컬리, 옷을 파는 무신사 등이 대표적이다.
바카라 오토과 위메프는 2세대 소셜커머스다. 국내 최초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전자상거래인 '티켓몬스터'로 사업을 시작한 바카라 오토은 2010년 5월, 위메프는 2010년 10월 사업을 시작했다. 바카라 오토과 위메프는 쿠팡과 함께 '소셜커머스 3대장'으로 불리며 시장을 주도했다. 2017년 변곡점이 찾아왔다. 바카라 오토과 위메프는 업태를 오픈마켓으로 바꿨고, 쿠팡은 직매입 위주로 사업을 이어갔다.
문제는 오픈마켓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점이다. 2011년 네이버쇼핑이 이커머스를 개시하면서 오픈마켓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네이버쇼핑 등장 후 소비자들은 쇼핑몰 홈페이지를 직접 찾지 않고 네이버 검색을 통해 상품을 구입했다. 오픈마켓에서 최종 구매하더라도 네이버쇼핑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원하는 상품을 찾는 과정을 거쳤다. 결국 바카라 오토과 위메프, G마켓 등은 판매자들에게 거둬들인 수수료 일부를 네이버에 납부했다. 여기에 쿠팡과 컬리 등 직매입을 기반으로 한 당일배송 시대가 개화하며 오픈마켓은 더 위기에 빠졌다.
바카라 오토과 위메프 등 오픈마켓 업체들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무리하게 거래액 부풀리기에 나섰고, 막대한 할인쿠폰을 발행해 대규모 거래를 일으켰다. 할인쿠폰 비용은 판매자와 오픈마켓이 분담했다. 결국 티메프 사태가 터졌다. 큐텐은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2010년부터 자본 잠식에 시달리던 바카라 오토과 위메프를 가각 2022년과 2023년 헐값에 인수했다.
구영배 큐텐 대표가 바카라 오토과 위메프를 인수한 이유는 하나다.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이다. 구 대표는 바카라 오토과 위메프를 비롯해 적자인 이커머스 기업을 사들여 덩치를 키운 뒤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에 일감을 몰아줬고, 나스닥 상장을 꿈꿨다. 이 과정에서 바카라 오토과 위메프는 큐익스프레스의 실적을 책임지는 역할을 했지만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티메프 사태로 이어졌다.
오아시스의 바카라 오토 인수가 우려되는 것도 이런 맥락과 궤를 같이 해서다. 바카라 오토 인수로 거래액 규모를 키우고 덩치를 불려 향후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자칫 지난 십수년 간 다져온 내실을 무너뜨릴 수 있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모래 위에 누각을 짓는 누를 범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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