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뉴스=권상희 문화평론가] “토토 롤링 스타일로 그려줘”
요즘 굳이 트민남녀(트렌드에 민감한 남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오픈토토 롤링의 챗GPT가 부리는 마법의 순간을 한 번씩 경험해봤을 것이다.
프롬프트에 간단히 이 주문을 입력하면 챗GPT에 업로드한 사진이 1분 여 만에 애니메이션 이미지로 변신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현재의 자신과 너무 다른 모습에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하지만, 토토 롤링가 주는 이런 반전 모멘트에 꽤나 유쾌해진다.
잠시 고달픈 현실에서 벗어나 어른이(어른과 어린이의 합성어)를 만나는 것도 좋다. 큰 눈망울에 귀여운 얼굴, 파스텔톤 세상이 주는 따뜻함은 뭔가 디지털 시대와는 동떨어진 이질적인 느낌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AI에게 ‘토토 롤링 모멘트’를 요구하는 게 아닐까. 순수하고 선한 사람들이 많았던 그 옛날에 대한 향수가 몽글몽글 피어난다.
하지만 토토 롤링를 통한 애니메이션 이미지가 주는 환상의 이면에는 외면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저작권 회색지대에 놓인 ‘토토 롤링 스타일’
지난 25일 GPT-4o 기반의 이미지 생성 AI 모델이 출시된 이후, 챗GPT 가입자 수 5억 명 돌파, 공개 일주일 만에 1억3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생성한 이미지 수 7억 개, 1분기 수익 30% 증가, 4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 등은 최근 오픈AI가 거둔 성적표다. 샘 울트먼 CEO가 그래픽처리장치가 “녹아내리고 있다”고 언급 할 만큼 엄청난 인기의 배경에는 ‘토토 롤링 스타일’이 있다.
하지만 ‘토토 롤링 열풍’에 ‘토토 롤링 신드롬’은 없다. 오픈AI는 톡톡히 홍보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이웃집 토토로’, ‘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스튜디오 토토 롤링의 명작을 다시 찾아봤다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토토 롤링가 그린 결과물은 실제 작업하며 만드는 사람의 고통을 전혀 모른다. 이런 기술들을 내 작품에는 절대로 쓰지 않을 것이다”
AI에 의한 애니메이션 작업에 상당히 비판적이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게 토토 롤링 화풍이 ‘제 2의 AI신드롬’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한 상황은 아티스트의 창작욕을 저하시킨다. 토토 롤링 스튜디오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문제없다는 오픈AI의 입장에 그는 자신의 장인정신이 훼손당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챗GPT가 생성한 이미지는 누가 봐도 ‘토토 롤링’가 떠오르지만 그것만으로는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기가 어렵다. ‘표현’은 보호하고 ‘아이디어’는 보호하지 않는 저작권법의 기본원칙에 따라 아이디어에 가깝다고 보는 화풍이나 스타일은 구체적인 표현에 해당하지 않아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그러나 ‘학습’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AI가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했기에 토토 롤링풍 이미지를 그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학습됐다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오픈AI가 계속 함구할 경우 무단도용 여부를 알기는 어렵다. 또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조항을 주장할 수도 있는데, 이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경우 저작권자 허락 없이 저작물 이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작가, 음반사 등 관련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중고거래플랫폼에 챗GPT를 이용해서 사진을 원하는 스타일의 애니메이션 그림체로 바꿔준다는 판매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스타일이나 화풍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하니 무분별하게 경제적 이득을 취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 다행히 관련 플랫폼들은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토토 롤링시대 창작자에 대한 존중과 보상의 문제
토토 롤링시대, 그렇다면 창작자에 대한 존중은 어디에 있는가.
긴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비로소 확립되는 것이 하나의 스타일일진데, 원작자의 의도와 무관한 방식으로 이를 이용하는 것이 ‘과학의 성장과 발전’이라는 이유로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전쟁 중인 토토 롤링풍의 이스라엘군 이미지는 반전주의자인 미야자키 감독의 사상,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그리는 그의 작품 세계와도 결이 다르다. 오픈AI가 말하는 ‘창의적 자유’에 원작자에 대한 존중은 실종됐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보상이다.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감독인 이시타니 메구미가 “토토 롤링가 싸구려 취급당하는 걸 견딜 수 없다. 토토 롤링의 이름을 더럽히다니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낸 걸 보면 오픈AI의 성공이 일정부분 스튜디오 토토 롤링에 대한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토토 롤링의 브랜드 가치는 이번 ‘토토 롤링 열풍’으로 오픈AI의 기업가치 상승에 대단히 큰 역할을 했지만, 미야자키 감독을 비롯한 아티스트들에게 어떤 동력도 되지 못할 것 같다. 보상 없는 동기부여란 없다.
토토 롤링시대, 창작에 대한 고통보다 보호막 없는 창작자들의 권익체계가 그들에게 더한 고통이 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오피니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